최근 이회사 저회사 대표님이나 이사님 개발자님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자주 하게된 이야기 주제가 있다.
“하시려는 업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업의 본질에 도달하는 데에 기술이 정말 필요합니까?”
스타일쉐어 라는 서비스가 있다. 스타일쉐어는 훌륭한 패션 서비스이다. 패션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좋은 커뮤니티와 커머스를 제공한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앱과 서버, 웹사이트로 구성된 프로덕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스타일쉐어 업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업의 본질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기술이 아예 필요가 없을 수도 있고, 혹은 업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특정 구간까지만 필요할 수도 있고, 본인들의 정체성을 영속적인 기술 회사로 정의해야 할 수도 있다.
스타일쉐어가 만약 자신의 업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상품을 더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커머스로 정의한다면, 이들의 업에 있어서 기술은 진짜 하려고 하는 일의 기반을 만드는 데에 기간까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그마저도 외주나 에이전시로 돌리면 더 그들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전통적인 커머스의 업의 본질은 “더 빠른 배송”, “더 나은 가격”, “더 많은 상품” 이고 이는 가격 경쟁, 상품 경쟁으로 귀결되지 기술로 승부를 보는 무언가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말이다. 이건 팀이 본인들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믿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조금만 깊고 철저히 생각해보면 사실은 이러한 전통적인 커머스 본질을 추구하려고 해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품 스큐를 어마어마하게 늘리면서 동시에 유저에게 매력적인 가격 할인과 기획전을 제공하려면, 오류 없이 치밀하게 설계되고 대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자동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스타일쉐어가 전통적인 커머스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게 아닌, 자신을 “패션업”이라고 정의하고, ‘유저가 패션을 탐색하고 상품을 선정하고 좋은 구매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 는 미션을 추구한다면, 업의 본질을 추구하며 달려가는 길에는 기술로 풀어야 하는 어렵고도 도전적인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수백만명의 혹은 수천만 명의 유저들이 동시에 자신에게 더 맞는 개인화된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기술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참신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소통과 연결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처리량을 견디는 기술로 그 경험을 지탱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본인들을 원하는 구매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이런 모든 일이 우리의 업을 “기술로 패션을 혁신한다”라는 프레임으로 앞길을 보면 보이기 시작한다.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해도 업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차이이다. 패션을 혁신한다는 비전의 청사진에 기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러한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은 팀의 역량이다. 무엇이 옳을지 정답은 없지만, 업의 본질과 기술의 필요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많은 미숙한 IT 팀들이 업의 본질에 대한 정의 능력 부족, 혹은 그 본질을 달성하는 데에 기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눈앞의 성장 기회들을 많이 놓치고, 또 진짜 그들에게 필요한 유능한 개발자들도 놓친다고 생각한다. 임팩트를 내는 개발자들은 기술로 세상에 가치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IT 서비스를 한다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하려는 업의 본질은 뭘까. 그리고 그 업의 본질은 기술로 풀 수 있는 것이 맞는가. 혹은 기술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업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명확한 답이 나왔다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기술이 필요 없다면 과감히 기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기술이 필요하면 확실히 투자하라. 깊이 고민하고 답을 찾았다면 모두에게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