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기질이 있는 나는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Best Seller 섹션에 꽂혀있는 유명한 책들에는 먼저 손이 가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읽는 책을 읽으면 ‘이런 이런 책을 읽었는데 이런이런 내용이 좋더라’라고 자랑을 하기도 어렵고, 지식의 가치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온다는 생각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아는 내용을 습득해봤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만 아는 정보다’라는 사실은 전통적으로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권력은 소수만이 접근 가능한 지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부 지식인들만 되물림과 인맥을 통해 전달되는 ‘책’ (그때는 매우 희귀했었다)을 읽을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부여받은 정보와 지식의 압도적인 비대칭을 이용해 권력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정말 내가 그때 당시의 일반 농민이었어도, ‘다음 달에는 아마 홍수가 날 테니 홍수들을 대비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정말로 정확한 예측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술을 부리는 마법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압도되는 기량 차이에 자연스럽게 권력 구조는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나만 아는 정보다’라는 사실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찌라시를 좋아하는 우리들의 모습만 봐도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증권가에서 떠도는 발 빠른 입소문 정보’는 대중 매체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핫이슈보다 빠르게 소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구전되고, 실제로 그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기회 (주식 상승장을 미리 알아챈다거나 하는)가 아주 많다.
하지만 우리는 서점에 가서 모두가 읽는 Best Seller 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니, 사실 시간만 있다면 빠짐없이 모두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나만 아는 정보’의 비대칭이 가지는 힘이 큰 만큼, ‘모두가 아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힘 또한 강력하기 때문이다. 보편 지식을 폭넓고 빠르게 습득하는 근육이 지니는 힘, 바로 ‘General Knowledge의 힘’이다.
맥킨지, 베인과 같은 컨설팅 회사들이 면접자에게 시사 지식을 테스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지원자의 General Kowledge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보편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은 같은 사안을 다루더라도 더 폭넓게 사고하고,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줄 안다. 그뿐만이랴. 사석에서 어느 대화 주제가 나와도 말할 거리가 있으니, 중요한 인간관계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적어진다. 또 무엇보다, 보편 지식을 빠르게 따라잡는 근육이 있는 사람은 다른 어떤 새로운 정보나 일감을 가져다줘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또 보편 지식에 능한 사람에게는 출세의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온다. 기회는 과학이 아니라 사회에서 나온다. 사회의 관심이 몰리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당신이 바이오 쪽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라고 생각해보자. 다양한 베스트셀러들과 뉴스를 접해가며 “원격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면, 더 공격적으로 원격진료 시장을 향해 사업을 전개시킬 수 있고, 더불어 투자자들에게도 보편 지식을 이용해 더 설득력 있는 IR을 할 수 있다.
‘다들 읽는 책은 너무 뻔하고 식상해. 남이 추천해준 책을 따라 읽으면 뭔가 따라 하는 것 같잖아?’ 하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과감히 버려라. 지금 이 순간의, 대다수 사람들의 사고 체계의 영향을 주는 “보편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남들을 뛰어넘는 정보역량을 가질 수 있는 역설적이고도 유일한 방법이다.